2006/05 - 해당되는 글 5건
이년전엔가 삼년전엔가 친구와 함께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하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러 갔습니다.
나이 많은 배우들이 나와서 하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정말 최고였지요.

이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책으로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가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말하는 부분도 사뭇 진중하게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연극으로 보니 전혀 다르게 연기하더 라구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연기도 너무나 뛰어났고요.

지난 토요일 대학교 연극 동아리 (저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 공연은 대개 지인들만이 꽃 사들고 가잖아요? >_<)에서 하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러갔습니다.
분명 지난번만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래도 가게되고 또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에 본 고도를 기다리며는 많이 노력했다는 흔적은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중견배우들의 공연은 순식간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데 비해 이번 공연은 2부가 되어서야 관객들이 몰입을 하더라구요. 관록과 경험의 차이라는 것을 거기서 느꼈습니다.
뭐 지난번 연극은 손짓 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경지에 달한 사람들이었으니 그런게 당연하겠지만요.
물론 지난 번 공연은 작품을 보러 온 사람임에 비해 이번 공연은 공연하는 사람들과의 친분으로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도 한 이유겠지만요.

예전에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극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청중을 확 휘어잡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연기를 무지 잘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그저 연극이 잘 흘러가게 만드는 정도) 못할 경우에 연극이 확 죽어버리는 배역같은게 있잖아요? 연극도 영화도 오페라도요.
에스트라공이 바로 그런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어려운 배역.
지금까지는 극의 진행에서도 둘 사이의 관계에서도 약간 리드하는 쪽인 블라디미르의 역할이 좀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연극을 보니 에스트라공을 연기하는 배우가 캐릭터가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연극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군요.
지난 번의 연극에서는 어느 한 명 할 것 없이 다들 너무나 뛰어나셔서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연극을 보며 확연히 느꼈습니다.

어쨌든 워낙 뛰어난 극본에 학생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극이었습니다.
두 주인공이 너무 젊은 것이 좀 흠이었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것이잖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본 학생들의 연극 중에서는 제일 나았습니다아. ^ㅡ^
태그 - 공연, 연극
myself  |  2006/05/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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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깰 때면 시린 가슴 속에 담밸 찾았지.
오늘은 우연히 만날 수 있나.
그렇게 지내다 너무 멀리 가버린걸 알았지.
어차피 그런채로 살았어.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이 중학생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무엇을 안다고 이 노래를 그리도 좋아했을까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 정말로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오늘은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 사람의 소식에 귀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어디에 모습을 나타낼 거라는 말을 들으면 부러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무엇하는지 알 수 없고 그다지 생각도 나지 않는 걸 보면 그 사람보다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기억이 소중한가봅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예전에 누군가를 몰래 좋아했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015B -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너를 위한 마지막 노래 불러야 할 때가 이젠 찾아온것만 같아.
간직하던 너의 선물은 모두다 태웠어 끝없이 흐느끼며.
후회는 않을게 여태까지로도 충분하니까.
어느새 이미 나도 어른인걸.
그냥 살다보면 가끔씩은 가슴 찢어지겠지.
어차피 모든 각오 되어있어.
행복해야해 언제까지나. 추억이란건 항상 아름다울테니.
눈물 따윈 괜찮아 이젠 모두잊을께 그대여 안녕

그 동안은 너를 그리며 너무 힘들었지 6년동안 비틀거렸어.
그렇지만 남이 가지지 못하는 추억을 우리는 가졌잖아.
잠에서 깰때면 시린 가슴 속에 담밸 찾았지.
오늘은 우연히 만날 수 있나.
그렇게 지내다 너무 멀리 가버린걸 알았지.
어차피 그런채로 살았어.
행복해야해 언제까지나. 마지막 날까지 너의 자릴 남겨둘테니.
맘 편히 살다와 이젠 모두 괜찮아 그대여 안녕.
review/music  |  2006/05/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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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만 잡고 자는 꿈을 꾸었습니다.

무슨 알퐁스 도데의 별도 아니고 ~_~

사실 손만 잡고 잤는데 그 대상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얼굴과 이름은 알고 연락처는 모르는 정도의 사이였습니다.

결국 별 관계 아니라는 거죠.

손만잡고 잔 내가 아쉬워하는 꿈을 꾸는가

진짜 내가 손만 잡고 잔 꿈을 아쉬워하는 가.

장주지몽은 너무 많이 우려먹어 더 이상 재탕도 안 될 정도가 되었지만

어찌되었든 손만 잡고 잔 네가 나보다는 낫구나.

myself  |  2006/05/1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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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이래저래 좋지 않은일이 있어 책을 사러 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저 날도 그랬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나 하는 일이 뜻대로 안풀리고 꽉 막혀버리면 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그것도 별로 쓸모 없는 물건으로요.평소에는 그냥 보면서 군침만 흘리다가 뭔가 확 뒤틀리면 사버리는 스타일이랄까요.그렇다고 플스3을 산다거나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런고로 그 날 산 물건들은












Brothers Karamazov Dostoyevsky, Fyodor












Count of Monte Cristo Dumas, Alexandre/ Buss, Robin (Trn)












Les Miserables Hugo,V.












Picture of Dorian Grey Wilde, Oscar












Pride and Prejudice Austen, Jane/ Jones, Vivien (Edt)/ Tanner, Tony

펭귄에서 나온 책을 다섯권 샀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있는 이미지를 긁어왔더니 제가 산 책과 표지 디자인은 좀 다르네요.
과연 언제쯤에나 읽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그러기에 무용한 물건을 사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라 표현한 것 아니겠습니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걸리버 여행기를 살까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책 두께에 상관없이 6,900원 이라는 것이지요.두께가 두세배정도나 차이나는 것도 있는데 말예요.
어쨌든 완독할 때까지 건투를.
태그 - 문학, 소설,
review/book  |  2006/05/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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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K

나의 일곱학번 선배인 그는 속칭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한국의 좌파 운동이 그 빛을 잃어가던 시절에 대학교에 입학한 사람이다.

나는 그와 함께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다. 하지만 운동에 헌신하느라 F학점을 13개나 기록하고 운동을 함에 있어 대학교 졸업장따위는 조금도 필요하지 않은 것 이라며 자퇴서를 던지고 떠났다던 그의 이야기는 그와 비슷한 길을 걷던 주변인들에게는 미안함이었으며 나 같은 한참 떨어져 있던 사람에게는 하나의 귀감이었다.

87년의 그 날에서 너무나 멀어지고 말아 이제는 더 이상 그날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구전되지 않는 세대인 나에게 선배들로부터 전해들은 운동의 이야기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내가 활동하던 동아리를 만든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한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년에 몇 번 정도는 마주 할 기회가 있었고 그의삶의 자세나 운동에 대한 투철한 신념은 인간으로써 갖춰야 할 그러나 내가 갖추지 못했던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듯 했다.

선배 P

IMF의 한파가 대한민국의 의대, 교대, 사범대의 입학 점수를 올려놓았던 시절 입학했다.

새내기들 앞에서 이런 가식적인 이야기보다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이따가 소주 한 병들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라고 시작된 그의 자기 소개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자기소개의 모습이다. 그때부터 그가 좋았고 꽤나 오래 같은 일을 했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시간이 흘렀으며 어느 순간 우리 둘은 갈라서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던 날 운동의 뒷배경이 든든한 부모의 재력인 당신은 내일의 먹거리를 고민하며 운동을 그만두던 사람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골자로 한참을 싸웠다. 결국 그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할 것이라면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말을 뱉었고 그 날 이후로는 다시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민주노총에서 그 다음에는 어디에서 그런 식으로 소위 말하는 고단한 삶의 현장을 돌아다니던 K가 무엇인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를 바라 볼 수도 있고 어쩌고저쩌고 자신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며 프리섹스를 말하던 그가 선을 보고 동갑내기 여자랑 결혼도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K가 결국 보통의 삶에 편입되어 버렸다.

저조한 학점으로 졸업을 한 선배 P는 취업난의 시대에 아버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는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결국 운동에 대한 그의 헌신은 결과적으로 사실 부모의 재력을 뒷배경으로 한 상태 - 마지막으로 달아날 곳이 있는 자의 것 - 에서만 가능했던 것이라는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식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메이데이는 이제 관심 밖의 일일 뿐이다.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이래저래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교보문고에 책을 좀 보러 갔다.

들어갈 때 지하철 쪽 입구에 엄청난 수의 전경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서야 나도 4월의 마지막 주임을 메이데이가 오고 있음을 상기했다.

책을 좀 보고 나오는데 광화문 너른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하다. 전경의 함성과 민중의 깃발.

내 학교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보았다. 예전에는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올해는 스무 명 남짓밖에 모여있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난 평생 배신자의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myself  |  2006/05/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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